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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과 한국자본시장 어느쪽이 비정상?

韓서 '행동주의' 성공률 불과 13%…차등의결권 등 제도보완도 시급

기사입력 2018.04.06 08:42:04 | 최종수정 2018.04.10 10:30:35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약점을 물어뜯는 '돈 밖에 모르는' 벌처펀드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이라는 데엔 사실 이견이 없다. 이에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문제인지, 번번이 공격대상이 되는 한국 자본시장이 문제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6일 국내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투자자는 곧 주주이고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격을 받긴해도 사실 한국에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이 어디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영국 증권정보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Activist Insight)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헤지펀드의 성공률을 보면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3%에 불과했다. 엘리엇 역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합병을 막진 못했다. 반면 중국과 홍콩은 각각 50%, 42%에 달했고, 인도도 50%로 성공률이 높았다. 일본마저도 20%로 한국보단 높았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국내에서만큼은 큰 파괴력을 갖지 못한 셈이다.

류영재 대표는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1~2% 수준인데 경영권을 뺏으려고 했다면 조용히 지분을 더 샀을 것"이라며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공격을 받고, 기업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너무 기업 입장에서 사안을 보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엘리엇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결국 그들이 노리는 것은 '돈'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본질은 기업가치 및 다른 주주들의 이익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제도적으로 취약한 부분, 기업의 약점을 개선시키려 하기보다는 집중적으로 공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차등의결권 등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로 인해 기업들이 취약한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인구 한국경영학회장(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선진국이 허용하는 부분까지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특히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차등의결권 같은 제도는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진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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